지난 6월10일, 심리상담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지인을 통해 상담 만족도와 평이 아주 좋은 분을 추천받았어요. 무료로 진행하는 심리상담이지만 찐입니다. 인천시에서 지원하는 마음사이다 라는 프로그램으로 인천시에서 비용을 내주는 것이거든요.
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상담사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막상 글로 쓰려 하니까 기억이 거의 안나네요. 첫 심리상담을 마치고 나서 남는 키워드는 ‘책임감’과 ‘불안이’ 입니다. “OO님은 책임감이 아주 강하신 분인가봐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것은 아버지의 이른 죽음에 따른 나의 두려움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와 나의 나이가 가까워질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는 내가 이른 죽음을 하게 되면 아내, 아이들이 겪을 일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는 것. 그것 때문에 스스로 불안장애를 앓으며 증상이 나타날 때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는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항상 어디에서 대화를 하면 그것들을 정리하거나 상대방에 말에 집중을 하고 대응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상담사님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집중했어요. 한 시간 정도 대화를 하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어요.
참 편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주셨어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렇게 나를 개방하고 이야기를 하다니, 나오면서 스스로 신기했어요. 나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하면서요.
대부분은 제가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주셨고 몇몇 질문은 처음 접하는 질문이라 머뭇하며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자리에서 답을 하긴 했지만 두고두고 곱씹어야 하는 질문 있었습니다.
그렇게 월요일에 상담하고 당일과 그 다음날 증상은 평소와 같았습니다. 상담하는 그 때는 증상이 없이 괜찮았는데, 나와서 한시간 정도 지나니 똑같았어요.
그러다가 수요일이 되니 상태가 괜찮아졌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화요일 저녁에 술을 안 먹고 아내가 맥주 마실 때 저는 무알콜을 마셨어요. 처음 먹을 때 까지도 상태가 정말 안 좋았었는데, 9시가 넘어가면서 부터 조금 괜찮았어요. 간밤에 잠도 푹 잤구요.
왠지 정신이 말똥말똥한 느낌. 손가락 끝에 감각이 돌아온 느낌. 증상은 계속 있기는 하지만 무력한 느낌은 아니고 참을만한 정도?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그런 느낌은 전혀 없어요. 어제 저녁도 술 안 먹기 잘했다? 이런 생각입니다. 이게 심리상담의 효과인지? 금주(4일째)를 한 효과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몸이 좋아져서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