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다가 ‘가스 밸브 잠갔나?’, ‘창문을 닫았나?’, ‘문단속은 잘했나?’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집으로 돌아간 적이 있나요? 이처럼 가스 밸브를 안 잠그면 외출을 못하시나요? 이 이야기들은 바로 제 이야기인데요.
확실하게 단속을 했다는 기억이 없으면 그때부터, 도둑이 들어오면 어쩌지?, 집에 비가 들이치면 어쩌나, 가스가 샐거나 불이나면 큰일인데? 하며 오만가지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나질 않는데요. 그걸 잘 아는 저는 분명! 가스 밸브는 잠갔고, 창문은 닫았을거고, 문단속은 문제 없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집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혹시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보세요. 이러한 반복적인 확인 습관은 불안장애, 특히 강박장애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강박장애란 무엇인가요?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나뉩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생각 때문에 불안과 고통을 느끼는 것을 강박사고, 강박사고에 뒤따르는 반응을 강박행동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따는 생각이 강박사고라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강박행동입니다.
강박장애의 한 예
많은 사람들이 외출 전이나 외출 중에 가스 밸브, 창문, 문단속 등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인 안전 확인으로 시작되지만, 저처럼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행동이 강박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확인하지 않으면 극심한 불안을 ㄴ끼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왜 반복적인 확인 습관이 생길까요?
반복적인 확인 습관은 강박장애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박장애는 인구의 약2~2.5%가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강박장애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정상입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하루에 최소 1시간 이상 강박 증세를 보이거나, 과도한 강박 사고와 행동으로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 강박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강박장애 극복하기
1. 인지행동치료(CBT)
인지행동치료는 반복적인 확인 습관을 극복하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부정적인 생각 패턴을 식별하고, 이를 현실적인 사고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를 ‘나는 항상 가스 밸브를 잠그고 나간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연습을 합니다. Edna B. Foa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CBT가 강박장애 환자의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알려졌습니다. (Foa, E. B., Franklin, M. E., & Kozak, M. J. (2020). Cognitive-behavioral therapy for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76(5), 917-931.)
2. 노출 및 반응 방지(ERP)
노출 및 반응 방지(ERP) 기법은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자신을 점진적으로 노출시키고, 반복적인 확인 행동을 억제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가스 밸브를 확인하고 싶을 때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그 불안을 견뎌보는 연습을 합니다. 이를 반복하면 불안이 점차 줄어듭니다.
3. 일상 생활 습관 개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건강한 식단은 전반적인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 강방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4. 전문가의 도움 받기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반복적인 확인 습관은 많은 사람에게 있는 흔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그런 습관이 조금 심한편이라면, 강박장애가 의심이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사나 심리상담사를 찾아가시기를 권합니다. 로널드 C 케슬러 박사는 2021년 연구에서 불안장애 환자의 약 30%가 강박장애를 함께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essler, R. C., Berglund, P., Demler, O., Jin, R., Merikangas, K. R., & Walters, E. E. (2021). Lifetime prevalence and age-of-onset distributions of DSM-IV disorders in the National Comorbidity Survey Replication.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62(6), 593-602.)
결론
저는 4년전 불안장애 판정을 받고 지금은 불안장애와 함께 살아가기를 하고 있습니다. 강박장애로 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함께 살고 있습니다. 위에서 안내해드린 인지행동치료(CBT)와 노출 및 반응 방지(ERP)를 스스로 해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한번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가스 밸브 잠그지 않았다고 별일이 생기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