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자꾸 묻는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묻는다. 나는 그 질문을 받으면 ‘특별한 기억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 묻는다. 그럴리가 없다고,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없지만 몇 가지 ‘그들이 납득할 만한 사건’을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위기가 이상해지니까, 그렇게 그 주제로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나 역시 착각을 한다. 정말로 내가 그 당시 행복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같은 질문을 들으면 나는 대답한다. ‘특별한 기억이 없어요’ 라고.
나는 항상 상대방을 신경 쓰며 살았다. 상대방이 만족감을 느끼고, 좋아하면 나도 만족감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그렇다.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상황을 상대방의 취향과 기분에 맞춘다.
식사도 그렇다. 나는 상대방이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 편하다. 내가 추천하거나 내 뜻대로 가게 되면 나는 먹는 내내 맛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 왜 이렇게 잘 먹지 못하지? 입맛에 안 맞는 건가? 등등 걱정을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추천해주는 메뉴를 먹는 것이 좋다. 먹다가 그냥 ‘맛있네요’ 한마디면 되니까.
나는 어린시절 기억이 별로 없다. 기억이 몇 가지 나기는 하지만 그 기억들도 찰라의 기억이지 전반적인 맥락이나 스토리가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까? 나는 어린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한 두 가지 이야기를 그냥 건넨다. 이미 몇 번 생각해봤지만 기억이 안나는 것을 아니까.
그렇다고 내 삶이 불행했다는 것은 아니다. 절대 불행하지 않았다. 그건 장담할 수 있다. 다만 행복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순간에는 행복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행복해’ 라고 말하는 순간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다행’이라고 바꾸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추천한 음식을 먹으며, ‘너희들이 좋아하니까 다행이야!’, ‘내가 만든 음식을 잘 먹는 너희들을 보니 다행이다.’ 처럼. 다른 사람과 무엇을 할 때, 내가 그 행동, 행위 자체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내가 행복하다고, 좋다고 이야기를 해야 그들이 행복 할테니 그렇게 말한다. 나는 음식이 맛있다고 한 것이고, 경치가 좋다고 이야기 했다. 행복하다고 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행복인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타인과 있을 때는 상대방을 의식하며 살았다. 그리고 나와 가까운 상대방이 나를 필요한 존재라고 인정해주기를 바란 것 같다. 자식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친구로서, 지인으로서, 직원으로서 등등 살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인관관계 속에서.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을 해본다. 꼭 내가 어떤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1인분 못하는 나를 자책하고 있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그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을 한다.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존재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머니, 아내, 아이들에게 나는, 내가 하는 그 행동 때문에 사랑하는게 아니고 그냥 함께 있어줘서 좋아하고 사랑하는 걸 텐데,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살아있음, 존재함 그 자체가 그들에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외 돈을 벌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재밌게 놀아주는 등 행동은 존재와 별개의 것임을 인정 못하는 것 같다.
여지껏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만 이야기 했는데. 혼자 하는 행동 속에는 행복을 더욱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이 소확행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도 나는 공감이 안 되었다. 먹는 음식이 맛있어서, 스스로에게 어떤 선물을 하고, 좋은 경치를 볼 때, 그때의 감정은 맛있고, 기대되고, 멋지고 그게 다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그건 어떤 감정일까? 슬픔, 기쁨, 분노, 불안 등의 감정을 얼추 알겠지만 행복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행복하다’ 라고 이야기 할 때의 그 감정이 궁금하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다. 식당, 카페, 극장, 공원, 여행을 가는 것을 어색해 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게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와 함께 있으면 항상 그 사람을 의식하고 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거나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혼자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
행복함은 잘 모르겠다. 나는 평안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