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존댓말이 편한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존댓말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저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게 편합니다. 심지어 부부간에도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원래 존댓말이 편한 사람일까?
사실 ‘존댓말을 즐겨하는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난 그런 사람이야!’, ‘몇 번 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말을 놓기가 쉽지 않아~’ 하며 별 생각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난 예의를 중시 여기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리적 거리 두기: 심리적 안전 공간 확보
그러다가 최근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존댓말을 즐겨하는 것, 반대로 말을 잘 놓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나에게 과도한 친밀감 표현을 못하게 하려는 심리적 안전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심리적 거리 두기인 셈이죠.
예를들어, 학창시절의 남자 아이들은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욕이 정말 싫었습니다. 하는 것도 싫고, 듣는 것은 더욱 싫었습니다. 또한 나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로 시키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군대에서 명령으로 지시하는 것처럼 대학교 선배들이 후배에게 강요를 한다거나 친구들끼리 친하니까 함께 해야한다 같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억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불편했습니다.
그런 저의 성향이나 성격이 반영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래서 정말 친하지 않은 후배들에게 존댓말을 하고, 직장 후배, 후임에게도 말을 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나와 비슷한 또래,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나는 원래 말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알리며 상대방도 나에게 말을 높이도록 무언의 압박(?)을 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은 내가 정말 상대방을 존중해서 오롯이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관계에 적정한 거리는 매우 중요
아내와는 최근,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가며 사용을 합니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아내가 나를 진짜로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니 자연스레 무장해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김혜남 박사의 “당신과 나 사이”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그 책에서 김혜남 박사는 인간관계에서도 적정한 거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그 거리는 개인마다 다르고, 상대방이 누군지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즉, 나와 아내와의 거리, 나와 친한친구, 나와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 나와 상사, 나와 후배 등 모두 적정한 거리가 다르다는 말이죠.
그래서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나의 공간을 침범 받아 불편할테고 너무 멀면 관계가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스트레스가 생길테니 말이죠.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적정 거리가 있을테니 그 간격을 잘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지 지속가능한 관계가 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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